‘서울로 야경’ '다산성곽길'
서울로 야경
“파란 조명과 초록색 풀과 나무, 도시인에게 에너지와 치유 기분”
저녁 7시30분. 서울로7017에 반짝하고 조명이 들어온다. 낮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다. 서울로7017 개장 1주년을 맞아 온라인 민심을 알아보는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소셜 메트릭스)를 활용해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로7017’ 연관 검색어를 알아봤다.
여행 관광 측면에서는 ‘서울로 야경’이 가장 많았다. 여행객들이 서울로 야경을 이색 풍경으로 꼽는 이유는 뭘까. 밤 9시 가까운 시각, 서울역이 내려다보이는 서울로 중심에서 만난 이수빈, 노유진 스무 살 동갑내기 두 친구는 치킨 한 컵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씨는 “야경이 좋아 네 번째 왔다. 서울을 구경하며 친구랑 이야기 나누기 편해서 일부로 찾아왔다”며 감상을 말했다. 서울로 개장 전후 미묘한 도시 변화를 기록하는 임준영 건축전문 사진작가는 “서울로의 야경은 새파란 조명의 방향, 초록색 풀과 나무가 쉴 곳 없는 바쁜 도시 생활인들에게 잠시나마 에너지를 주고 치유되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 작가의 말에 따르면, 높은 곳에 올라갈수록 숨은 진경을 잘 볼 수 있다. 임 작가와 이틀 동안 고층 건물마다 올라 서울로가 도시에 ‘얹힌’ 모습을 관찰했다. 무엇보다 남대문 방향에서 보는 풍경이 독특하다. 하늘로 뻗어올라간 두툼한 건물 사이로 곡선의 길이 흘러간다. 파란 불빛을 입은 서울로가 강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공 강물을 중심에 두고 올라가는 차량과 내려가는 차량이 불빛 궤적을 만드니 이 또한 서울만이 갖는 조망이다.
서울로는 현재 24시간 개방하며 야간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올해도 경비요원 30여 명이 3교대로 순찰하고, 고해상도 폐회로텔레비전(CCTV) 41대로 상시 모니터링하며 ‘안전’에 방점을 두겠다는 계획이다. 서울로 안내소 등 서울로 안에 있는 쉼터와 식당도 모두 밤 10시까지 문을 연다.
야경을 즐기러 오는 관광객들 흐름에 발맞춰 5월 다양한 행사를 연다. 먼저 18일부터 27일까지 장미무대, 목련무대에서 서울문화재단 주관으로 ‘거리예술 시즌제’가 열린다. 19일에는 서울서부역 교차로 아래쪽 만리동 광장에서 ‘농부의 시장’이 열려 전국 시군 추천 농가와 싱싱한 농산물을 직거래할 수 있다. 같은 날 만리동 광장 남측에서는 청년 자원봉사자들이 주도하고 시민들이 만드는 ‘청년 허브 가드닝’ 행사에서 도시 농부의 삶을 구경할 수 있다.
24일에는 서울로와 대우재단빌딩 연결로에서 ‘서울 365 패션쇼’가 1, 2부로 나뉘어 두 번(저녁 6시, 7시30분) 열린다. ‘휴양지’를 주제로 6개 여성 브랜드가 합동 패션쇼를 선보인다.
번잡스러움을 피해 홀로 산책하고 싶으면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서 ‘infodio'를 내려받아보자. 서울로를 검색하면 서울로에서 살고 있는 228종의 식물 이야기를 들으며 걸을 수 있다.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한양도성 다산성곽길
6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오롯이 서울을 지키며 역사를 기록해온 한양도성.
살아 있는 역사의 숨결을 느끼며 전통과 예스러운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총 6개로 나눠진 한양도성 순성(성을 두루 돌아다니며 구경함) 구간 중 하나인 ‘다산성곽길’은 한양도성의 역사를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남산(목멱산) 구간의 시작점이다.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5번 출구로 나와 5분 남짓 걷다보면 오른편으로 우뚝 솟은 성곽따라 펼쳐지는 다산성곽길(사진)을 만날 수 있다.
장충체육관 뒤편에서 다산팔각정까지 약 1㎞에 이르는 다산성곽길은 조선시대 태조부터 순조대의 축성 구간을 모두 볼 수 있다. 얼핏 보면 성벽이 같은 형태로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벽의 축성 시기에 따라 돌의 모양이나 구성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성벽을 보며 축성 시기를 유추해보는 것도 순성 놀이의 쏠쏠한 재미다.
성벽을 따라 좀더 안으로 걷다보면 이곳과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예술의 향연이 펼쳐진다. 곳곳에 아기자기한 갤러리, 카페, 작업 공방, 문화창작소 등 풍성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문화 공간이 있다.
가슴이 탁 트이는 서울 시내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다산성곽길은 그동안 막개발로 낡아버린 건물들이 진입로를 가로막아 다가가기 쉽지 않았다. 허름한 주택가로 자칫 방치될 뻔한 곳이었다. 하지만 이곳의 귀중한 문화적 가치를 일찌감치 알아본 중구는 이곳에 예술과 문화가 넘쳐흐르도록 ‘성곽 예술문화거리 조성사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2016년부터 중구의 청년예술가 지원사업의 하나로 성곽길변의 낡은 빈집을 리모델링해 문화예술인의 창작공간으로 활용하는 ‘문화창작소'가 들어섰다. 현재 1호점인 유리공방 ‘라룸’(LALUM)을 비롯해 도자기공방인 ‘AA세라믹스튜디오’ 등 4호까지 문을 열었다. 이런 공공지원에 힘입어 명성이 자자한 문화예술인들도 자발적으로 이곳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결과 갤러리·작업공방·스튜디오·쇼룸 등 문화시설들이 하나둘씩 채워지며 문화예술인의 아지트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600년 역사의 다산성곽길을 널리 알리고, 지역주민과 이곳에 둥지를 튼 예술가들의 소통을 위해 2015년부터 봄가을마다 해온 예술문화제도 활력소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호텔신라도 예술문화제의 공동 파트너로 나서면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많은 관광객의 발길을 잡고 있다.
스몰웨딩, 야외음악회, 한복패션쇼, 달빛순성놀이, 각자성석(성곽 돌에 축성 관련 글을 새겨 넣은 것) 탁본 체험 등 풍성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다산성곽길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20여 종의 수공예품으로 가득한 아트마켓과 성곽길 버스킹, 분필아트, 떡볶이 라운지와 푸드트럭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거리가 한데 어우러지며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채워주고 있다.
각종 규제 등으로 방치된 다산성곽길 일대에 예술의 바람이 불어오면서 젊은이들도 즐겨 찾는 핫플레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전통과 예술이 공존하며 조화를 이루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문화유산이자 자연경관이 일품인 다산성곽길에서 봄바람 따라 옛 정취를 느끼며 천천히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상준 중구청 공보실 공보팀장, 사진 중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