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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의 연서, John W---

천재 작가 이상(1910∼1937)은 1933년 결핵 치료를 위해 황해도 배천온천에 갔다가 기생 금홍을 만났다. 살림을 차려 행복을 누린 것도 잠시. 남성 편력을 즐기던 금홍은 어느 날 집을 나갔다. 그 만남은 소설 ‘날개’로 재탄생했다. 말년의 이상은 이화여전 영문과를 중퇴한 신여성 변동림과 사랑에 빠진다. 시인의 죽음으로 결혼 생활은 4개월 만에 끝났다. 김향안으로 개명한 변동림은 화가 김환기와 재혼한 뒤 평생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다.

▷어제 본보 보도를 통해 공개된 이상의 친필 연서(戀書)의 수신인은 당시 23세의 이혼녀인 소설가 최정희 씨(1912∼1990). ‘나는 진정 네가 좋다. 네 작은 입이 좋고 목덜미가 좋고 볼따구니도 좋다.’ 1935년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3장짜리 편지엔 진솔한 구애(求愛)의 표현이 넘친다. 하지만 최 씨는 처자식이 있던 작가 파인 김동환을 만나고 있었다. ‘이젠 당신이 이상하게 미워지려고까지 합니다’란 구절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쓸쓸한 고백이었다.

▷문학평론가 정규웅 씨에 따르면 최 씨는 타고난 미모에 특유의 여성다움으로 일찍부터 문단의 모든 남성에게 애인이요, 누님으로 통했다. 최 씨는 파인과의 사이에 두 딸(김지원, 채원)을 두었는데 어머니를 빼닮은 자매는 소설가로 데뷔했다. 이상의 러브레터는 채원 씨가 고인의 편지를 정리하던 중 발견했다. 편지를 검토한 권영민 단국대 석좌교수는 ‘정희’란 인물이 등장한 ‘종생기’에 대해 최 씨를 모델로 한 작품으로 추정했다.

▷이상의 편지를 읽어보면 이모티콘까지 동원한 현대의 모바일 애정 고백은 손 편지의 울림을 따르지 못한다. 시인 청마 유치환(1908∼1967)은 연서에 관한 한 아무나 흉내 내기 힘든 기록을 남겼다. 가정을 가진 청마는 남편과 사별한 여덟 살 연하의 시조시인 이영도(1916∼1976)를 만나 플라토닉 사랑을 나눴다. 5000여 통의 편지를 보낸 시인의 20여 년은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로 시작하는 한국인의 애송시로 영글었다.

- 고미석 논설의 횡설수설에서-

 

말로 하는 연애가 문밖에서 구걸하는 ‘거지’라면, 글로 하는 연애는 안방까지 들어가는 ‘도둑’이다.” 스탕달의 <연애론>에 나오는 연애편지 얘기다. “당신에게 세 번의 키스를 보냅니다. 하나는 당신 가슴에, 하나는 당신의 입술에, 하나는 당신의 눈에.” 나폴레옹이 조세핀과 결혼하기 전에 보낸 연서다. 55세 유부남이었던 러시아 작가 파스테르나크는 연인 올가에게 이런 편지를 쓴다. “당신을 떠올리기만 하면 모든 분노는 눈녹듯 스러진다오. 당신에게 키스하는 순간의 격정과 환희를 지상의 말로 표현할 수만 있다면….”

1930년대 천재시인 이상이 소설가 최정희에게 보낸 연애편지가 공개돼 화제다. 이상은 스물여덟 나이로 요절하기까지 <날개> <오감도> 등의 작품과 기행으로 당대 문화판을 뒤흔들었다. 시인 고은은 이상을 ‘사람이 아니라 사건이었다’고 했고, 평론가 장석주는 “등장 자체가 한국 현대문학 사상 최고의 스캔들”이라고 했다. 이상은 기생이었던 금홍과 함께 ‘제비다방’을 운영했다. 이상의 아내였다가 헤어진 변동림은 나중에 화가 김환기와 결혼했다.

당시 최정희는 23세의 젊은 이혼녀. 빼어난 외모와 지성을 갖춘 신문기자로 청년 문인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시인 백석도 그에게 연애편지를 보내 구애했다.

최정희는 이상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다. 이상은 편지에서 “그간 당신은 내게 커다란 고독과 참을 수 없는 쓸쓸함을 준 사람”이라고 실연의 아픔을 표현한다. 그러면서도 “나는 진정 네가 좋다. 웬일인지 모르겠다. 네 작은 입이 좋고 목덜미가 좋고 볼따구니도 좋다”고 뜨거운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하지만 최정희는 ‘국경의 밤’의 시인인 김동환과 결혼해 자매 소설가 지원·채원을 낳았다.

재미있는 것은 이상의 마지막 작품 <종생기>의 여주인공 이름이 ‘정희’다. 소설에선 정희가 주인공 ‘이상 선생’을 따라다니는 것으로 그렸다. 이상은 그 후 ‘낯선 이국의 병원침대에 누워 레몬 향기를 그리워하며’ 생을 마쳤다.

이상이 남긴 실연의 연애편지는 낭만적이고 애틋하다. 편지가 사라져가는 시대여서 더 여운이 길다. 세월이 흘러 최정희의 두 딸 김지원·채원이 모두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John Walker회장을 보며~

 

-존회장의 cd자켓-

 

(John Walker)회장은 호주계 금융그룹 엠(M---)사의회장이다. 호주관계에서 고위공무원(차관급)을 하다 사표를 내고 엠사에 들어가 아시아시장이란 블루오션을 개척키 위해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도전과 패기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우리의 경제도약에 선진자본의 컨소시엄 또는 직접투자자로 참여하여 윈윈한지 이십 년쯤 됐을 그의 곁에서, 우리 둘째가 십 수 년을 비서로 재직하기에 존회장의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다. 몇 년 전 내 산행기 책을 받아들고 감사했다는 인사말과, 내가 위암수술을 받았을 때 각별한 마음을 전해 왔던 것 외엔 인사를 나눈 적도 없었다.

 

 

다만 둘째에게 비서실중책을 맡길 만큼 돈독히 신임하고 있어 고맙게 여기고 있는 외국인회장일 뿐이다. 근데 그가 우리가족을 프라자호텔중식에 초대했다. 싱가포르에 사는 큰딸이(큰사위가 한때 엠사에 근무했었다) 귀국하고 우리부부가 상경했단 소식을 접하고 베푼 자리인 셈이다.

 

 

케쥬얼차림에 야구모를 쓴 단아한 그는 단번에 우리들과 친밀해지는 처세의 달인, 소탈하고 꾸밈없이 자기를 낮추며 상대방을 편안케 하는 유머러스한 분이었다. 무슨 얘기 끝에 꼬마연이의 생일이 내일이란 말을 듣고 그 자리서 호텔측에 케익을 주문하여 파틸 열어줬다.

-존회장의 즉흥주선으로 윤이의 생일파티-

 

더는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어 연이에게 씌어주며 선물(지금 가진 게 이것뿐이라며)하는 기지와 자상함, 그리고 잘나가는 글로벌기업 회장이란 권위도 거추장스럽단 듯한 파격으로 우리가족 마음속으로 다가서는 거였다.

-존회장이 선물한 선글라슬 쓴 윤이-

 

그는 스코틀란드계 호주 이민 3세대로 호주에 상당한 농장과 대저택이 있는 부자면서 사회사업가다.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그는 동남아시장을 개척하는 저력을 발휘 지금은 부의 사회기여를 위해 개발국에 조그만 기업을 창업 일정한 궤도에 오르면 현지인들에게 송두리째 물려준단다.

-선글라슬 쓰고 노래 한 곡 열창-

 

나아가 그는 기타솔리스트며 수필가이기도 하다. 하룻밤 카페를 세내어 직접 작곡한 노래를 부르며 얻은 수익금을 그늘진 곳에 쾌적하는 멋쟁이 신사다. 그런 그를 지난주일(6.19) 우리가족이 조선호텔부패식당에서 식사 중에 조우했다. 근데 먼저 식사를 끝낸 존회장이 우리를 근처 포시즌호텔 와인바로 초대하는 게 아닌가.

 


우린 사양했지만 그는 오후 일정이 비어있으니 간단히 와인 한잔 나누자고 당부하며 자릴 떴다. 포시즌호텔에 그의 숙소가 있단다. 늦은 식사를 마친 우린 둘째의 안내를 받아 포시즌호텔에 들었다. 바에서 기다리고 있던 존회장한테 꼬맹이들은 스스럼없이 달려들어 포옹한다.

-와인바의 와인샘플-

 

화기애애한 와인파티가 열렸다. 술맛모르는 나도 세잔을 들었다. 큰애와 둘째의 세간얘기는 박유천성폭행에서 조영남의 위작그림, 홍상수와 김민희의 불륜등 이런저런 스캔들로 이어졌다. 무슨 얘기 끝에 존회장은 선진국으로의 바로미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호텔로비의 부등켜 안은 커플과 방해하는 꼬맹이--

 

우리가 연예계스캔들안주거리에서 이구동성으로 입 모아, 언론이 정작 심층보도하고 꾸준히 문제재기를 해야 하는 사건은 연예인스캔들이 아니라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라고 열 올린 참 이였다. 2013STX조선에 45000억원, 2015년대우조선에 42000억원을 쏟아 부은 청와대서별관회의 주모자들의 회의록을 파헤치는 일에 앞장서는 게 언론의 역할이 아닐까?

 

 

박유천, 조영남, 홍상수`김민희스캔들은 단순한 개인의 비리일 뿐이다. 그들의 비행으로 상처받거나 손해 본 사람들은 극히 소수며 자기이익을 추구하려다 낭패한 일탈의 불행인 것이다. 되려 유명인스캔들을 언론이 확대재생산하여 불건전한 사회를 조성하는 역효과를 내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그런 시간과 정력을 stx나 대우해양조선의 분식회계를 덮고 9조원의 세금을 탕진케 만든 청와대서별관회의 주역들인 최경환부총리. 청와대경제수석, 남상태.고재호대우조선사장, 홍기택산업은행장의 모의를 파헤쳐 일벌백계하여 재발을 방지케 하는 데 언론이 앞장서야한다고 말이다.

 

 

그들이 얼마나 무능했으면 대우조선의 중견간부가 180억 원을 챙겨 흥청망청 놀아났어도 몰랐겠는가. 한심한 작자들에게 중책을 맡긴 박대통령은 외국나들이만 할 것인가. 언론이 매일 나팔 불어야 할 고위직부패는 입 다물고, 하찮은 연애인들의 일탈이나 까발리기에 나라꼴이 점점 엉망이 되는 것 아닐까.

 

 

정부가 부패하면 나라가 망하고 언론도 망한다. 연애인이 망한다고 나라가 망하진 않는다. 존회장이 그런 면을 꿰뚫어보는 것 같아 나는 좀 민망했다. 노스페이스 창업자 더글러스 톰킨스는 사업으로 큰 돈을 벌었고,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광활한 황무지를 사서 자연을 복원하여 국립공원으로 기증했다.

-프라자호텔중식당에서-

 

성공한 사업가의 자본(주의)이 자연에 행한 보은, 부의 사회분배를 존회장은 실천하고 있어 더글러스 톰킨스를 오버랩하게 했다. 우리에게도 언제쯤 톰킨스나 존회장 같은 글로벌한 신사가, 기업인이 나타날까? 존회장이 전활 받고 먼저 자릴 떴다.

-포시즌와인바 옆의 꼬맹이들-

 

프런트에 이후의 배려까지를 당부해놓은 채였다. 작은 체구에 소탈한 얼리버드 존회장은 탈랜트이자 진정한 글로벌 기업가였다. 그런 그를 보좌하는 둘째가 행운아이고, 그를 알게 된 우리가족들의 기쁨이라.

2016.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