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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석조전의 비화 덕수궁 석조전의 비화 덕수궁은 어렸을 때부터 자주 다니던 곳이었다. 초등학교 학생들의 미술대회가 자주 열렸고, 겨울에는 작은 연못에서 스케이트도 탈 수 있었다. 한옥이 즐비한 가운데 이질적인 서양식 건물인 석조전은 색다른 근사함으로 기억됐다. 석조전에는 국립박물관이 있었는데, 안쪽 로비에는 커다란 철 불상이 있었고 그 엄숙한 분위기에 마음을 가다듬게 됐다. 철불 앞의 접시에 돈이 놓였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오랫동안 기와집이나 초가집이 주였던 한성(서울)에 서양식 건축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1880년대 이후로, 조선이 서구의 여러 국가와 협약을 맺으면서였다. 덕수궁이 위치한 정동은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 됐고, 정동구락부는 외교관과 조선 관료들이 어울리는 사적 외교의 중심이 됐다. 이때 건립된.. 더보기
대장동 우화 대장동 우화 노상강도들이 횡행하는 도시가 있다. 경찰관 A는 순찰 도중 노상강도가 시민들한테서 금품을 갈취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는 시민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일부 시민들은 그렇게 피해를 면했으나, 그 사이 여전히 강도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한 일부 시민들은 주머니를 탈탈 털리고 말았다. 강도는 한몫 단단히 챙기고 사라졌다. 그러자 A의 행위를 두고 논란이 벌어진다. 왜 시민 모두를 대피시키지 못했느냐는 비난이 쏟아진다. 강도와 결탁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A는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사실 이 도시에는 노상강도를 보고도 수수방관하는 경찰관들도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A를 격렬히 비난하던 경찰관 B는 강도한테서 금품을 나눠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른바 ‘대장동 의혹’을 지켜보며 떠올려본 우화.. 더보기
러시아 미녀들은 다 어디? 러시아 미녀들은 다 어디? “러시아 여성의 아름다움에 정통한 자라면, 아직은 앳되고 싱싱한 이 아름다움이 서른 살쯤에 조화를 잃어 펑퍼짐해지고 얼굴도 살이 쪄 축 처지고 눈과 이마 주위에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잔주름이 나타나고 얼굴빛은 윤기를 잃고 불그죽죽해질 것임을 정확히 예언할 수 있을 터. 이는 한마디로 말해서 찰나적인 아름다움, 바로 러시아의 여성에게서 그토록 자주 볼 수 있는 잠시 스쳐 지나갈 아름다움인 것이다.” /일러스트=양진경 도스토옙스키 소설 ‘카라마조프 형제들’의 이 대목에 이르러 ‘맞아, 맞아’ 무릎 칠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닐 듯하다. 혹 영화나 발레에 나올 법한 순백의 가냘픈 러시안 뷰티를 동경해온 남성분이라면, 실제로 마주친 우람하고 억센 ‘용사들’ 앞에서 당혹스러웠을지 모른다... 더보기